화면을 하나씩 받아 보면 다 잘 됩니다. 저장되고, 목록에 나오고, 숫자도 찍힙니다. 그런데 실제로 업무를 해 보면 어딘가에서 멈춥니다. 앞 화면에서 넣은 값을 뒤 화면이 모르고 담당자가 적어 두었다가 다시 입력하는 자리가 생깁니다.
외주로 업무 시스템을 만들 때 늦게 드러나기 쉬운 문제가 이것입니다. 화면 단위 검수는 통과했는데 일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검수표가 화면 단위로 짜여 있으면 화면과 화면 사이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게 됩니다.
이 글은 설계 연재의 네 번째입니다. 앞 편에서 만드는 쪽과 검사하는 쪽을 나눈 검사 체계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 체계로 무엇을 보는지입니다. 화면 하나하나가 아니라 업무 흐름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끊긴 곳을 차수를 세어 가며 반복해 찾고 닫은 과정을 적습니다.

화면은 되는데 일은 안 이어지는 이유
업무 시스템에서 화면은 역이고 업무는 선로입니다. 역이 다 지어져도 선로가 안 깔린 구간이 있으면 열차는 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검수는 보통 역마다 합니다. 저희는 점검을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업무 흐름 배선도 점검입니다. 업무가 시작부터 끝까지 거치는 단계를 한 판에 그리고, 단계 사이의 선마다 묻습니다. 앞 단계의 저장이 뒤 단계의 데이터를 실제로 만드는가. 만들면 이어진 선이고, 사람이 손으로 다시 넣거나 아무도 이어받지 않으면 끊긴 선입니다. 이것을 그림으로만 보지 않고 실제 코드와 대조합니다. 그 차수의 끊긴 자리가 0이면 닫힙니다.
둘째는 사용자 눈높이 점검입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담당자 역할을 바꿔 가며 실제 화면으로 업무를 끝까지 직접 해 보고, 불편하거나 상식과 어긋나는 자리를 적습니다. 그 차수의 새 결함이 0이면 닫힙니다.
둘 다 차수로 반복합니다. 고치면 새 끊김이 생기고 기준이 바뀌면 멀쩡하던 선이 끊긴 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차수의 여덟 단계
고정한 것은 순서와 금지, 끝나는 조건뿐입니다. 무엇을 볼지, 어느 안을 고를지는 고정하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사람이 매 차수 끼어들지 않아도 진행되되, 틀린 채로 "통과"가 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 이번 차수의 범위를 한 줄로 먼저 적습니다. 범위 없는 차수는 얕게 훑고 끝납니다.
- 관측합니다. 발견은 어느 화면, 어느 코드인지 위치와 함께만 적습니다.
- 결정합니다. 선택지가 있으면 추천안을 먼저 적용하고 기록합니다.
- 고칩니다.
- 자동 점검을 실행하고 화면을 직접 눌러 확인합니다.
- 만들지 않은 쪽이 검수합니다. 반려되면 차수를 올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고칩니다.
- 다음 차수 문서를 씁니다. 이전 차수 내용을 이어받습니다.
- 기록을 남깁니다.
6번이 앞 편의 검사 체계와 맞닿는 자리입니다. 만든 쪽이 "됐다"고 해서 닫히지 않습니다.
배선도 점검 10차: 끊긴 자리 8곳에서 0곳까지
통신 서비스 회사의 영업 시스템과 구매·자산 시스템을 잇는 작업이었습니다. 배선도 점검은 2026년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열 차수였습니다.
1차에서 영업이 청약을 받는 순간부터 고객이 해지하고 장비를 회수해 매입 회선을 끊는 순간까지 16개 단계를 한 판에 그렸습니다. 두 시스템을 건너는 선이 곧 시스템 사이의 인계 지점입니다. 끊긴 자리가 8곳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렇습니다. 설계 문서가 손으로 계산해 둔 한 회선 상품의 월 청구 예시와, 같은 상품을 시스템에 넣었을 때 나오는 금액을 나란히 뒀습니다. 청구서 줄 가운데 두 줄이 0원이었습니다. 단가가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줄은 계산식이 걸려 있지 않았고, 다른 한 줄은 IP 개수인데 과금 쪽에 개수를 받을 칸이 없었습니다. 그 숫자는 설치요청이라는 다른 화면에 이미 입력되고 있었습니다. 화면마다 보면 둘 다 정상이고 나란히 놓아야 끊긴 선이 보입니다.
2차에서는 같은 판 위에 "이렇게 이으면 된다"를 그렸습니다. 새로 만들 화면은 셋뿐이고 나머지는 이미 있는 화면에 칸과 버튼을 더하는 일이었습니다. 3차에서 여덟 곳 중 하나를 실제로 이었고 그 때문에 다음 할 일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4차에서 넘겨주는 선과 뒷정리 두 곳을 이었습니다. 코드로 닫을 수 없는 자리, 그러니까 실무 담당자가 정할 단가나 사용자 판단이 필요한 자리는 "보류"로 판정하고 근거를 남겼습니다. 검수가 한 번 반려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 끊긴 자리 두 곳이 드러났습니다. 5차에서 그중 하나를 이었더니 검수가 또 하나를 찾았습니다. 영업 화면에서 대리점을 「선택 안 함」으로 바꿔도 저장되지 않았습니다. 6차에서 "없음"도 건너가게 했습니다. 이제 코드로 닫을 자리는 없고 남은 것은 사람의 답이나 나중에 붙을 실서비스 연결을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7차에 실무 담당자의 답이 와서 보류 하나를 닫았고 8차에 남은 보류를 추천안으로 결정해 닫았습니다. 끊긴 곳 없이 닫혔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9차에서 발주처 쪽 사용자가 "배정이 어디서 시작되는가"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그 기준으로 다시 보니 끊긴 자리 셋이 새로 드러났습니다. 그중 둘은 오류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부류라 더 위험했습니다. 어떤 요청은 영원히 "정상"으로 남고 어떤 경우는 과금 배분이 조용히 0건이 됐습니다. 멈추는 결함은 누군가 발견하지만 조용히 넘어가는 결함은 아무도 부르지 않습니다. 결정 17건을 거쳐 사용자 승인 뒤 이었습니다.
10차는 입고를 여러 번 나눠 받는 흐름만 범위로 잡았습니다. 끊긴 자리 0, 확인 목록 23건 중 23건, 검수 반려 0으로 닫혔습니다.
사용자 눈높이 점검 10차: 막히진 않는데 다음을 모르겠다
사용자 눈높이 점검도 열 차수였습니다(2026년 9월 17일~18일).
1차에서 16단계 중 12곳을 실제 화면으로 직접 해 봤습니다. 심각 2건, 보통 6건, 경미 6건, 그리고 다른 화면이 본받을 모범 2건이 나왔습니다. 판정은 이랬습니다. "막혀서 못 끝내는 곳은 없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이 다음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자리가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장비를 배정하는 창은 그 요청과 무관한 장비까지 47건을 검색 칸 없이 늘어놓았는데, 바로 옆 서비스 배정 창은 조건에 맞는 3건만 걸러 보여 줬습니다. 내부 규칙 번호가 안내문에 그대로 노출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2차에서 구매·자산 쪽 5건을 고치고 같은 조작을 다시 해 보니 전부 해소됐습니다. 영업 시스템 쪽 7건은 권한 밖이라 남겨 뒀습니다. 4차에서 사용자 승인으로 영업 쪽 7건을 고쳤고 고친 화면을 처음부터 다시 해 보며 2건을 새로 찾아 같은 차수에서 닫았습니다. 고친 자리만 확인하고 끝내지 않은 것이 핵심입니다.
5차에서는 연결 흐름을 눌러 보다가 설치 주소와 계약 기간이 빈 채로 넘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처음 고친 방법은 받는 쪽에서 빈칸을 나중에 채우는 기능이었는데, 검수가 반려했습니다. 보내는 쪽의 올바른 자리에서 다시 고쳤습니다. 검수 없이 닫았으면 쓸모없는 코드가 남았을 것이라고 기록에 적혀 있습니다.
7차에서는 한 목록 화면이 어떤 조건을 걸어도 0건이었습니다. 화면은 옳았고 시험 데이터가 그 화면이 보여 줄 상태를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었습니다. 8차에서 처음으로 새 결함이 0건이었습니다. 계산이 가장 복잡한 화면들을 골라 숫자를 손으로 다시 계산했고 모두 맞았습니다. 애매해 보이던 관찰 2건은 코드를 확인한 뒤 결함이 아니어서 보고서에서 뺐습니다. 결함으로 단정하기 전에 코드로 확인한다는 원칙입니다.
9차에서는 목록에 없는 역할 값이 저장돼 있으면 앱 전체가 흰 화면으로 멈추는 결함을 찾았습니다. 자매 시스템이 이미 겪고 고친 사고였고 그 방식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10차는 새 결함 0건으로 닫았습니다. 오탐 1건은 코드 확인으로 걸렀고 새로 시도한 점검 방법 하나는 근거가 부족해 스스로 접었습니다. 확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보고서에 올리지 않습니다.
개발사에게 요구할 점검 방식
외주를 맡기는 쪽이 코드를 볼 수는 없어도 점검 방식은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검수 회의에서 그대로 쓸 수 있는 질문입니다.
- 우리 업무가 시작부터 끝까지 거치는 단계를 한 판에 그린 그림이 있습니까? 화면 목록이 아니라 단계 사이의 선이 그려진 그림입니다.
- 그 선마다 앞 단계의 저장이 뒤 단계의 데이터를 실제로 만듭니까, 아니면 사람이 다시 입력합니까? 이어진 선과 끊긴 선으로 표시해 주십시오.
- 두 시스템을 건너는 선은 몇 개이고, 각각 누가 넘겨주고 누가 받습니까?
- 설계 문서에 손으로 계산한 예시가 있다면, 같은 입력을 시스템에 넣은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했습니까?
- 담당자 역할을 바꿔 가며 업무를 끝까지 직접 해 본 기록이 있습니까? 심각·보통·경미로 나눈 결과를 보여 주십시오.
- 고친 뒤에 고친 자리만 확인했습니까, 그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해 봤습니까?
- 만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검수했습니까? 반려된 적이 있습니까?
- 오류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결함은 어떻게 찾습니까?
- 끊긴 자리 0, 새 결함 0이라는 끝나는 조건이 문서에 적혀 있습니까?
"화면마다 다 테스트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면, 역은 지어졌지만 선로가 이어졌는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