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위의 안내문을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도 지금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장에는 모르는 번호가 섞여 있고 경고 표시가 붙어 있는데 읽어 보면 괜찮다는 말 같기도 합니다. 결국 옆자리에 묻거나, 안내문은 못 본 것으로 하고 되는 대로 눌러 봅니다. 업무 프로그램을 받아 쓰는 자리에서 한 번쯤 겪을 만한 장면입니다.
안내 문구는 시연 자리에서 잘 읽히지 않는 편입니다. 시연은 만든 쪽이 말로 설명하며 보여 주는 자리라, 화면에 적힌 문장은 읽을 틈 없이 넘어갑니다. 만든 쪽에게는 익숙한 말이고 받는 쪽은 옆에서 풀어 주니 어색한 줄 모릅니다. 문구가 혼자 읽히는 것은 시연이 끝난 뒤입니다.
이 글은 「직원이 매일 쓰는 업무 화면」 연재의 네 번째 편입니다. 앞선 세 편에서는 쓰던 내용이 사라지지 않는지, 상태 표시를 색만으로 하지 않는지, 막힌 버튼에 이유가 붙어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통신 서비스 회사의 영업·텔레마케팅 시스템과 구매·자산 관리 시스템을 만들며 안내 문구에서 걸린 것들을 적고, 시연이나 검수 자리에서 안내 문구를 확인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안내문에 내부 번호가 섞이면 직원이 순서를 스스로 추려야 합니다
사용자 눈높이 점검이라는 것을 합니다. 만든 사람이 아니라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실제 화면으로 업무 하나를 끝까지 해 보는 점검입니다. 그 1차 점검에서 심각으로 걸린 것 하나가 영업 시스템의 청약서 작성 화면이었습니다. 안내 문구 12건 중 9건이 내부 업무 규칙 번호를 문장 안에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만든 쪽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떤 규칙 때문에 이 칸이 필요한지를 번호로 적는 것이 짧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 청약서를 쓰는 영업사원에게 그 번호는 아무 뜻이 없습니다. 안내문을 다 읽어도 무엇부터 채워야 결재까지 갈 수 있는지는 나오지 않고 결국 순서를 스스로 추려야 했습니다. 안내문이 있는데도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제안은 "본문은 평이한 문장만 남기고 규칙 번호는 설명이나 각주로 옮긴다"였고 4차에서 고쳤습니다. 직원이 읽는 문장에 내부 번호를 넣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난 편에서 다룬 막힌 버튼의 이유 칸과 같은 원칙입니다.
경고 표시의 무게와 문장의 무게가 같아야 합니다
같은 점검에서 걸린 다른 하나는 아이콘입니다. 한 화면에 경고 아이콘(⚠)이 떠 있었고, 이어지는 문장은 "청약이 계약 정본이며 영업건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였습니다. 읽어 보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어디에 반영되고 어디에 반영되지 않는지를 알려 주는 말이지, 지금 무엇을 고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경고 표시가 붙어 있으면 직원은 먼저 긴장하기 쉽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문장에서 찾고, 찾지 못하면 자기가 못 찾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이콘은 문장보다 먼저 읽히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가 "조치하라"고 말하는데 문장은 "괜찮다"고 말하면, 직원은 둘 중 어느 쪽을 믿을지 매번 정해야 합니다.
제안은 경고 대신 정보 아이콘(ⓘ)을 쓰고 정말 조치가 필요할 때만 경고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4차에서 고쳤습니다. 괜찮은 설명에까지 경고가 붙어 있으면, 정말 조치가 필요한 자리의 경고도 같은 무게로 보여 넘기기 쉽습니다.
문제를 알려 줬으면 고칠 곳으로 보내 줘야 합니다
세 번째는 알려 주기만 하는 안내였습니다. 설치요청 화면에 "청약에 설치주소가 입력돼 있지 않습니다"라는 안내가 떴습니다. 문장 자체는 평이하고 무엇이 비었는지도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주소를 입력할 청약서로 이동하는 연결이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같은 화면에 다른 연결이 있기는 했지만 용도가 달랐습니다.
무엇이 비었는지는 알았는데, 어디에서 채우는지는 메뉴를 뒤져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안내문이 할 일의 절반만 한 셈입니다. 문제를 알려 주는 것과 고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다른 일이고 안내문의 목적은 고칠 수 있게 해 주는 쪽입니다.
제안은 같은 자리에 "청약서에서 설치주소 입력" 연결을 두는 것이었고 4차에서 고쳤습니다. 시연 때 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무엇이 비었다거나 잘못됐다는 안내가 뜨면, 그 안내 바로 옆에서 고칠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봅니다. 없으면 직원은 그 안내를 읽을 때마다 같은 곳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안내문은 실제 동작과 같아야 합니다
네 번째는 조금 뒤인 6차 점검에서 걸렸습니다. 텔레마케팅 상담 화면 아래에 "종료된 통화에는 [발신]이 열리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종료된 통화를 열어 [발신]을 눌러 봤습니다. 새 통화가 시작됐습니다. 안내문과 반대였습니다.
코드를 확인해 보니 그 동작은 의도된 설계였습니다. 재발신은 새 통화로 시작한다는 이전 결정이 있었고 화면은 그 결정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안내문만 옛 규칙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동작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설명이 틀린 경우라, 안내문을 실제 동작대로 다시 썼습니다. 종료된 통화에서 막히는 것은 [통화 종료]와 [부재 처리]뿐이라는 내용입니다.
안내문은 한 번 쓰면 고칠 일이 없어 보이지만 그 뒤에서 동작이 바뀌면 조용히 틀린 말이 됩니다. 시연 때 안내문을 읽고 그 문장이 말하는 대로 한 번 눌러 보는 것은 그래서 해 볼 만합니다.
메뉴마다 한 줄, 그리고 눌러서도 보이게
안내문 하나하나를 고치는 것과 별개로, 넓게 적용한 결정이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메뉴 설명입니다. 2026년 9월 18일 메뉴마다 설명을 달아 이해도를 높이자는 대표 지시가 있었고 구매·자산 시스템 73개, 영업 시스템 40개 메뉴에 "무엇을 하는 곳인가 + 언제 쓰는가"를 업무 말로 한 줄씩 달았습니다. 배정 요청 메뉴에는 "영업 계약이 확정되면 생기는 장비·서비스 배정 요청을 확인하고 처리합니다"라고 적는 식입니다. 한 줄이 있으면 열어 보지 않고도 고를 수 있습니다.
이 설명에도 앞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설명에 내부 규칙 번호나 데이터 표 이름이 섞이면 자동 점검이 막고 모든 메뉴에 설명이 있는지도 자동 점검이 셉니다. 화면 번호는 설명 뒤에 작게만 남겼습니다. 직원에게 읽히는 본문에는 넣지 않되, 문의할 때 어느 화면이라고 부를 이름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설명이 보이는 방식입니다. 그때까지 설명은 마우스를 올려야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연 화면이나 터치 화면에서는 마우스를 올리는 동작이 없어서 설명이 아예 보이지 않았고 막힌 버튼의 이유도 그 안에만 있었습니다. 2026년 9월 22일 앞으로 모든 설명을 눌러서도 볼 수 있게 하자는 대표 지시가 있었습니다. 눌러도 아무 일이 없는 것들, 그러니까 막힌 버튼·상태 표시·이름표는 누르면 설명 말풍선이 뜨게 했습니다. 누르면 실행되는 버튼은 누르는 것이 곧 실행이라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설명이 필요하면 옆에 작은 ⓘ 표시를 따로 달았습니다.
문구를 다루는 바탕 규칙도 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보이는 안내 문구는 화면이 각자 쓰지 않고 한 곳의 문구 목록에서 번호를 붙여 가져옵니다. 구매·자산 시스템에서 지금 500개입니다. 같은 뜻의 안내가 화면마다 다른 말로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버튼 이름에는 기호나 그림 문자를 넣지 않습니다. 이름 앞에 기호를 넣으면 자동 정리 기능이 떼어 내고, 넣은 채로 두면 자동 점검이 막습니다. 아이콘은 이름과 따로 둡니다.
시연 때 안내 문구를 확인하는 방법
볼 것은 여섯 가지이고 눌러 볼 행동으로 풀면 아래 표가 됩니다.
| 시연 때 확인할 행동 | 정상이면 |
|---|---|
| 입력 화면의 안내문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소리 내어 읽는다 | 모르는 번호·약어 없이 읽힌다 · 읽고 나서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안다 |
| 경고 표시가 붙은 안내문을 찾아 문장을 읽는다 | 문장이 조치를 요구한다 · 괜찮다는 설명에는 경고가 아니라 정보 표시가 붙어 있다 |
| 무엇이 비었다는 안내가 뜨는 상황을 만든다 | 그 안내 옆에 고칠 곳으로 이동하는 연결이 있다 |
| 안내문이 안 된다고 적은 동작을 그대로 눌러 본다 | 안내문대로 막힌다 · 되면 안내문이 틀린 것이다 |
| 메뉴 이름 위에 설명을 띄운다 |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언제 쓰는지 한 줄이 뜬다 · 모든 메뉴에 있다 |
| 마우스 없이 막힌 버튼이나 상태 표시를 눌러 본다 | 설명 말풍선이 뜬다 · 실행 버튼은 옆의 ⓘ 표시로 설명이 뜬다 |
이 표도 앞선 편들처럼 프로그램을 만든 쪽에 미리 건네도 좋습니다. 안내 문구는 만든 쪽이 가장 익숙해서 가장 못 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르는 칸이 많은 화면에서 직원이 헤매지 않게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